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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아도

말씀의 숲 주제호 03 · 《두려움과 믿음》 · 여는 글에서 이어지는 글

전화 한 통을 기다리는 밤이 있습니다.

전화 한 통을 기다리는 밤이 있습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도 있고, 한동안 답이 오지 않는 메시지를 바라보는 순간도 있습니다. 괜찮다고 생각하다가도 문득 마음이 철렁 내려앉을 때가 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두렵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 더 나빠질까 두렵고, 잃고 싶지 않은 것을 잃을까 두렵습니다. 잘못 선택할까 두렵고, 사랑하는 사람이 다칠까 두렵습니다. 때로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지 스스로도 또렷하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럴 때 신앙을 가진 사람에게는 또 하나의 질문이 따라붙기도 합니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데 왜 이렇게 두려울까.

조금 더 나아가면 질문은 자신을 향한 판단이 됩니다.

정말 믿는다면 이렇게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닐까. 믿음이 있다면 두려움은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두려움 자체보다 두려워하고 있는 자신을 더 힘들어할 때가 있습니다.

이번 《말씀의 숲》은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합니다.

두려움을 빨리 없애는 법을 찾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두려움을 신앙의 실패라고 판정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우리가 묻고 싶은 것은 조금 다릅니다.

삶이 흔들리고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누구를 신뢰하며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

두려움은 언제나 거대한 사건으로만 찾아오지 않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마음속에서 여러 번 살아 보게 만들기도 하고,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기도 합니다. 무엇인가를 잃지 않으려 더 세게 움켜쥐게 하고, 불확실한 것을 견디기 어려워 모든 상황을 내 뜻대로 만들고 싶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두려움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단순히 '내 기분이 어떤가'를 살펴보는 것보다 넓은 일입니다.

두려움 속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그리고 결국, 나는 누구를 신뢰하고 있는가.

이번 호는 이 질문들을 서둘러 하나의 답으로 닫지 않습니다.

시편 56편에는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위협이 있고, 흔들림이 있고, 그 한가운데서 하나님을 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가 바라보는 믿음은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 시작되는 어떤 상태가 아닙니다. 두려운 날에도 하나님께 말하고, 하나님을 기억하며 그분을 향해 마음을 돌리는 신뢰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중요합니다.

믿음을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만 생각하면 우리는 자꾸 자기 마음의 상태를 검사하게 됩니다.

오늘은 덜 두려운가. 어제보다 더 확신하는가. 왜 나는 아직 흔들리는가.

믿음의 시선이 자기 자신에게만 머물면, 어느새 자신의 감정 상태를 믿음의 기준처럼 여기기 쉬워집니다.

이번 호는 그 시선을 조금 다른 곳으로 옮겨 봅니다. 내가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가보다,

흔들리고 있는 지금 내가 누구를 바라보는가.

두려움은 개인의 마음 안에서만 머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무엇인가를 두려워하기 시작하면 사람을 보는 방식과 선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험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는 동안, 어느새 한 사람을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문제가 될 가능성'으로만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두려움이 억압으로 이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위험을 알아차리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경계는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번 호는 두려움을 없애야 할 감정으로만 묻지 않고, 그 두려움이 우리의 시선과 선택을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봅니다.

불확실성 앞에서 우리는 또 다른 어려움을 만납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내가 내린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미리 알 수 있다면 마음이 훨씬 편할 것입니다. 하지만 삶에는 끝까지 내 손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준비해도 내가 대신 결정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 있고, 모든 결과를 미리 보장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호는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어도 지금 내게 맡겨진 일을 책임 있게 살아갈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확실성이 충분해진 뒤에야 움직이는 삶과, 두려움 때문에 모든 것을 붙잡으려는 삶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한 걸음을 걸을 수 있을까요.

이 지점에서 믿음의 질문도 다시 찾아옵니다. 믿음은 내가 내 안에서 충분한 확신을 만들어 내는 능력일까요.

이번 호가 함께 읽는 성경의 이야기는 우리의 시선을 자기확신보다 먼저 말씀하시고 약속하시는 하나님께 돌립니다.

내가 얼마나 흔들리지 않는가보다 약속하시는 분이 누구인가. 내가 미래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보다 누구를 신뢰하는가.

그러므로 두려움과 믿음의 문제는 결국 '강한 사람이 되는 법'의 문제가 아닙니다. 두려움이 남아 있는 삶 속에서도 하나님께 나를 맡기며 살아가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혼자 두려워하는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 곁에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어렵게 입을 열었을 때 우리는 빨리 답을 주고 싶어 합니다. 괜찮다고 말하고 싶고, 믿으라고 말하고 싶고, 해결책을 찾아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먼저 필요한 것이 답보다 들을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두려움을 곧바로 믿음 부족이라고 판단하지 않는 것. 상대방이 말하지 않은 상태를 함부로 진단하지 않는 것. 실제 위험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 그리고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도 사람을 혼자 남겨 두지 않는 것.

이번 호는 믿음을 개인의 마음만이 아니라, 두려워하는 사람 곁에 어떻게 머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도 이어 갑니다.

예술도 이 질문 곁에 잠시 머뭅니다. 두려움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몸과 공간에는 흔적을 남깁니다. 예술은 그 경험을 성경의 정답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너무 빨리 지나치는 인간의 얼굴과 몸을 오래 바라보게 합니다.

그 앞에서는 '어떻게 해야 두려움이 없어질까'와는 조금 다른 질문이 생깁니다.

두려움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가는가.

내 곁에서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나는 어떤 존재가 되고 있는가.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도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약속을 하려 하지 않습니다. 어떤 문제는 그대로 남을 수 있고, 어떤 질문에는 여전히 답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두려움을 숨기지 않고 하나님 앞에 가져가도록, 그 두려움이 우리의 시선과 선택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도록, 그리고 흔들리는 사람 곁에 어떻게 머물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하도록 초대합니다.

믿음은 내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는 증명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번 호가 독자와 함께 걸어가고 싶은 방향은 더 소박합니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하나님께 나를 맡기며 오늘의 한 걸음을 살아가는 것.

그래서 《두려움과 믿음》을 펼치며 첫 질문을 이렇게 남깁니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두려움 한가운데에서,

당신은 누구를 바라보고 있습니까?

《말씀의 숲》 주제호 03 『두려움과 믿음』 공식 앞표지

Book Connection

두려움과 믿음

이승주 · 퍼플 · 82쪽 · 말씀의 숲 주제호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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