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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의 사과

에세이 · 교보문고 · 《투명의 호수》에서 이어지는 글

화가는 세상을 보는 특별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믿음의 눈으로 보면 보이는 화가들의 세상이다.

세잔은 오랜 세월 사과를 반복해서 그렸다. 오랫동안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고, 말년에는 고향 엑상프로방스에서 점점 은둔적으로 지내며 죽기까지 그림을 놓지 않았다. 세잔에게 있어 그 시간은 인상주의의 경험에서 출발해 더 견고한 형태와 공간을 탐구하는 시간이었다.

인상주의가 빛과 순간의 인상을 생생하게 포착했다면.. 세잔은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붙들었다. 자연을 그대로 복사하기보다 자신이 받은 감각을 화면 안에서 새롭게 조직하려 했다. 세잔의 여러 사과 정물에는 앞에서 본 것과 위에서 본 것처럼 서로 다른 시점이 한 화면 안에서 어긋나고 겹친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귈 때 겉모습과 첫인상만으로 그를 알게 되었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그의 내면 깊이를 만나기 전에는 알았다 할 수 없다. 여러 각도에서 보고,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입체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세잔은 현대 회화에 큰 영향을 준 화가다. 그의 형태와 공간에 대한 탐구는 특히 입체파와 야수파를 비롯한 후대 화가들에게 중요한 자극이 되었다. 세잔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를 이해하면 대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도 이전보다 성숙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언제나 호기심어린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 아직도 나에게 넌 너무도 새롭고 신선해서 날마다 새로운 생명의 관계로 서로에게 존재하며 동시에 변함없는 견고한 본질로서 영원에 닻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투명의 호수》 공식 표지

Book Connection

투명의 호수

이승주 · 퍼플 · 74쪽 · 글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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